기억보단 기록을
16.05.09 본문
-사회
푸드트럭의 양성화?
요즘 인문대학생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에 하나가 "푸드트럭이나 해야겠다..."이다. 물론 이 말이 나오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공대에 비해 바늘구멍만큼이나 취업문턱이 좁아진 덕이지만, 그만큼이나 푸드트럭을 통한 창업이 적은 자본을 가지고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정도로 생각되어지는 것도 한 몫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푸드트럭 창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가뜩이나 '노점'이라는 변인에서 오는 변수로 인해 어려움에 더해 박근혜정부의 '푸드트럭 규제개혁'으로 인해, 창업의 성공은 물론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210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푸드트럭을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부각한 이후 '푸드트럭 규제개혁'은 초고속으로 진행되었다. 언급 11일 후에는 입법이 예고되었고, 8월에는 유원시설에서의 푸드트럭의 영업이 합법화되었다. 이러한 푸드트럭 규제완화를 통해 정부는 지하경제, 즉 비공식 경제를 공식 경제의 영역에 포함시키고, 연 400억원의 부수효과와 6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93대. 전국에서 영업을 허가받은 푸드트럭의 수다. 이마저도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의 수 일뿐, 영업을 하고 있는 푸드트럭의 숫자는 더욱 낮다. 서울에선 지금까지 14대의 푸드트럭이 영업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1대 만이 영업 중에 있다는 것은 정부의 야심찬 '푸드트럭 규제개혁'의 실상을 보여준다. 정부의 '푸드트럭 규제개혁안'은 푸드트럭에 대한 이해가 전혀없이 이루어진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정부의 규제개혁안은 푸드트럭을 통한 사업을 시작하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관계부터의 합동으로 발표된 '푸드트럭 영업 메뉴얼'에 의거하면, 지자체의 장사허용 공고에 응모를 해야 가능하다. 이 응모에서는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사람에게 허용권을 주는 '최고가 낙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서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푸드트럭과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방식임은 지나가는 닭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지자체에서는 공고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도시미관과 주변상인과의 분쟁의 여지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간신히 지자체로 부터의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고통안전공단과 가스안전공사에 자동차 개조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하고, 위생담당부서를 찾아 식품접객업 영업 신고와 위생교육, 건강검진을 받아야하는 복잡한 절차가 신규사업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또한 정부의 푸드트럭의 규제개혁안은 허가를 내준 구역에서만 영업을 인정한다. 이는 푸드트럭의 장점인 기동성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로서 손님을 찾아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 불법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정부의 개혁안에 따르는 "합법적인" 푸드트럭은 리어카로 노점을 운영하는 포장마차와 다를 바가 없게 만든다.
2014년 3월 푸드트럭의 합법화를 추진하는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는 암덩어리", "규제개혁을 안해서 청년들이 길거리를 헤멘다면 이는 일자리를 뺏는 죄악"이라는 말을 통해 푸드트럭의 규제개혁이 시급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보잘 것 없는 개혁안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제도 개선에만 집붕한 나머지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했던 '암'을 제거하지는 못할 망정 전이시킨 사례이다. 알고보니 자아성찰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일자리를 뺏는 죄악"은 언제쯤 그만두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