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05
-사회
정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1528명. 2014년부터 올해 4월4일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피해자의 숫자이다. 이는 단순히 정부에 피해신고와 조사를 통해 인정된 1,2차 피해자의 숫자일뿐,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를 최소 29만명에서 227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2006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첫 어린이 사망자가 보고되고, 이후 많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손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2011년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에 쓰인 PHMG등이 폐손상의 원인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에서야 유해물질로 지정했고, 올해 들어서야 검찰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늑장대처로 인해 피해자를 키우고, 기업에게는 시간을 준셈이다. 정부의 대처가 늦는사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낸 옥시레킷벤키저는 연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며 성장을 이뤄왔다.
이에 정부의 수장은 철저조사를 지시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는 것을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으로 대신 전했다. 그리고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선전하는 세일즈외교를 위한 순방을 다녀왔고, 오늘은 개그맨 강호동과 '보니하니'의 이수민이 진행하는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이쯤되면 한 국가를 대표하는 원수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국의 철학자 홉스는 정부를 성서속의 괴물, 리바이어던으로 비유하였다. 본래 사악하고 서로 투쟁상태에 있는 인간의 본성을 제어하기 위해 리바이어던, 즉 정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개인이 만족할 수있는 조건을 체제로 잘 갖춘 환경에서 군주의 운영능력이 곁들여져 결국은 개인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국가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정부, 그것이 홉스가 말한 리바이어던의 진정한 의미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금의 한국은 어떠한가. 오히려 국민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리바이어던이 국민을 감시하고,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홉스는 국가권력과 법의 권위는 개인의 안전보장에 기여할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는 과연 현재의 위협을 손 놓고 바라보고 있는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